오랜만에 재밌게 본 사극 영화 '올빼미'입니다. 올빼미처럼 환한 낮에는 앞을 볼 수 없지만 밤이 되면 희미하게 사물을 볼 수 있는 맹인 침술사와 인조 임금이 하룻밤에 벌어진 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이는 미스터리물인데 기가 막힌 시나리오와 유해진, 유준열이 명연기를 펼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유해진 씨는 생전 처음 왕의 역할을 하였다고 하는데 광기에 사로잡힌 왕의 역할을 놀라울 만큼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유준열은 동년배 연기자 중 이제는 연기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느낌입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 만족스러웠던 점은 한국 사극의 컴컴한 화면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물이 보이는 밝은 화면이었어요. 영화의 배경이 한밤부터 아침까지 벌어지는 스토리였지만 화면이 그다지 어둡지 않아서 영화 보는데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사의 전달력이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죽음에 이르는 세자 역할의 배우의 딕션은 놀라울 만큼 선명하더군요.
영화는 8년만에 청나라에서 돌아온 세자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인조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영화 끝까지 가져갑니다. 8년 동안 청나라에서 신문물을 겪은 세자는 인조에게 망해버린 명나라는 잊고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서 강한 조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읍소합니다. 하지만 청나라에 치욕을 당했던 인조는 절대 청을 가까이할 수 없고 청과 교류하라는 아들 세자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조실록에 한 줄 나오는 8년만에 돌아온 세자가 며칠 만에 죽었다는 역사적 사실 하나만으로 짜인 시나리오가 아주 치밀하고 재미있습니다.
그 속에서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더군요.
픽션 속에 약간의 논픽션을 담은 사극 영화 올빼미는 자녀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광해 이후 가장 잘 만들어진 사극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밤 10시 넘어서 cgv를 갔는데 놀라울 만큼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주말인데도 이렇게 극장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넓은 극장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아주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올빼미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잘 짜여진 시나리오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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